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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LA 기사 - "시집 [영원을 걸으며] 발간한 69세 박옥종 여사" "청소년 위한 작품 쓰고싶어" "인생의 희비, 신앙심 섬세히 그린 30여년 틈틈이 쓴 2백여편 수록"

"꿈인양 녹의 떨쳐

소리 없는 환호 속에 
태양은 부신 깃발
태고와 의연하다
무수한 깃발 너와 나
바람으로 얻어진 날

한풍 매선 채찍
남은 날 헤어가며
언젠가 꿈은 진정 이루리 믿던 마음
오늘사 성의 떨치고 햇님 맞아 웃으리

갈라디아서 5장 5절 우리가 성령으로 믿음을 좇아 의의 소망을 기다리노니"

이 글은 칠순을 바라보며 그동안 겪어온 인생의 희비와 깊은 신앙심을 결집시켜 책으로 펴낸 박옥종 여사의 시집 [영원을 걸으며]에 수록된 [녹의]라는 시조다.

1959년부터 1991년까지 틈틈이 눈앞에 떠오르는 시상을 노트에 적어놓았던 글중 2백여편을 골라 시집을 발간한 박여사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건강과 여유, 그리고 섬세한 표현력을 보여주고 있다.

1924년 경북 영천 태생인 박여사는 20세 되던 해에 결혼하고 남매를 얻었으나 6.25때 석탄공사에 근무하던 남편을 잃는 슬픔을 맛보아야 했다.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은 박여사의 글중에도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때문에 [통일]을 염원하는 한국현대사의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후 자녀들을 고아로 만들 수 없다는 일념으로 일제때 획득했던 교사자격증을 이용, 남천국민학교 등에서 잠시 교단에 서기도 했던 박여사는 [만성신장염]으로 인해 더욱 어렵고 힘든 생활을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험한 인생의 격동 속에서도 남다른 향학열을 불태우기도 했던 박여사는 37세 때 대구 청구대학 국문과에서 공부하기도 했으며, 1979년 도미이후 1991년에는 레이크 미쉬간 칼리지에서 수학할 정도였다.

신문 및 잡지등에 자신의 작품을 싣기도 했는데 서두에 쓰여진 시조 [녹의]는 가람 이병기 선생의 추천으로 [여원]지에 실렸던 작품이다.
박옥종 여사가 쓴 글은 6.25의 생생한 기록이 담긴 2천5백매에 달하는 장편소설을 비롯해 큰 상자에 넘칠만큼 많은 양이 있었으나 미국으로 이주하는 준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태워버렸다고 하면서 "나의 글이 불속에서 사라질 때마다 아갑고 안타까와 쳐다볼 수가 없었지요"라고 회고했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하고픈 일이 많다는 박여사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와 함께 산책을 즐기고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에 할애하고 있다.

김소월, 이광수의 작품을 좋아하고 도산 안창호선생을 가장 존경한다는 박여사는 "요즘은 내가 영어를 잘 했으면 참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함께 한인 청소년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시집을 발간한 후 변화에 대해 박여사는 독자들에게서 호평의 전화가 걸려오고 때로는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며 독자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황성락 기자 - 한국 일보 LA 199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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