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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5. 교사로 부임 - 박옥종

(그영광의 빛 속으로 제 3부 "6.25 동란, 고난의 세월, 가난 속에 핀 꽃" 중에서)


도시에서의 생활이 갑자기 시골 생활로 바뀌었다. 남천 초등학교는 경산에서 약 15 리쯤의 거리이다. 나는 그 초등학교의 3 학년 1 반 교사로 부임했다.


        학교 근처에 있는 노인 부부와 아직도 총각인 아들과 세 식구가 사는 조촐한 집의 아래채에 방 한 칸을 얻어 세 들어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다. 전임 처녀 여선생이 자취하던 방이라 했다. 집 주인인 노부부와 아들은 다 마음이 후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학교도 가까웠으므로 참 편리했다.


        나는 심혈을 기울여서 가르쳤다. 페스타로치처럼 좋은 교사가 되리라고 결심하였다. 어린이들에게 일기를 쓰도록 지도하였다. 그 일기들을 검사하여 잘못 된 데는 고쳐 주면서 문장력을 계발하고자 하였다.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어린이들과 산수를 잘 풀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특별지도를 하였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읽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국어 시간에는 따라 읽기를 여러 번 하였다. 그래서 글자를  모르는 어린이들이 글자를 눈에 익게 하고 책을 읽는 것이 어린이들의 기쁨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공부 시간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어린이가 있었다.


선생님, 상태가 나를 찼어요.”

선생님, 태 보세요. 내 머리를 쳤어요.”   

선생님, 상태가 내 공책을---“

내 지우개를---

내 연필을---등등

상태에 대한 원성(怨聲)은 그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 시간에 또

선생님, 상태가---”하는 말이 들려왔다.

하루 이틀이 아닌 여러 날의 잇달아 일어나는 호소를 이제는 묵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상태는 공부 시간만 되면 주위의 아이들을 못 살게 굴었다. 이미 전의 담임선생님들이 다 두 손 든 아이였다.

         어린이들의 구원을 요청하는 여러 날의 부르짖음을 무시할 수 없어 나는 오늘은 무슨 조처(措處)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는 말로만

상태야, 공부 시간엔 조용히 해야 해.” 라든가상태야, 선생님을 쳐다봐요.‘ 정도로 그쳤지만---나는

상태야 , 앞으로 나오너라.“ 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수업 시간이 끝날 때까지 앞에 세워 두었다. 공부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땡땡땡 울리자 나는 수업을 끝냈다. 어린이들은 일제히 다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교실 안에는 상태와 나만 남아 있었다. 나는 상태 앞으로 다가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내 마음속에는 그에 대한 연민(憐愍)의 정이 가득하였다. 내 마음은 눈물로 가득하였다. 아무에게도 사랑을 못 받는 듯한 이 어린이가 측은하여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지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참 그러고 있으니까 상태는 잡힌 손을 뽑아내려고 몸부림을 쳤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면서 몸부림쳤다. 그러나 나는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조용히 부드럽게 내 마음에 눈물겹도록 가득한 사랑을 그 마디 말에 담으면서

상태야, 선생님은 너를 사랑한다.” 고 말하였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렸다.

어느 듯 상태의 몸부림이 그쳤다. 붉어졌던 얼굴도 차차 본 얼굴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서생님은 상태가 노력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오늘 읽기 숙제를 집에 가서 해 오너라. 스무 번 읽어오라고 했는데 스무 번 읽어오너라.” 고 말하였다.

태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서 있었다. 나는 그가 잘 들었다고 믿었다.


        이튿날 국어 시간이었다.

어제 국어 숙제, 읽기를 잘 해온 사람들 가운데 읽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세요.” 했을 때 태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는 얼마나 기쁜지

장 상태 읽어 보세요.”

손을 번쩍 번쩍 들고선생님, 나요! 나요! ” 하는 모든 어린이를 제쳐놓고 나는 상태를 지적하였다. 상태는 기쁜 얼굴로 일어서서 읽기 시작하였다. 좀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숙제를 해온 적이 없는 그가, 도대체 공부에 취미가 전혀 없어 공부시간엔 장난만 일삼던 그가 한 번도 발표해 보려고 조차 않았던 그가, 손을 들고 읽었다는 것은 대() 성공이었다. 나는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상태가 참 잘 읽었지요? 우리 다 같이 박수칩시다.”

하였더니 어린이들도 다 기뻐하며 상태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날 후로선생님, 상태 보세요!” 하는 소리가 다시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담임한 3 학년 1 반 똑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여자 어린이가 있었다. 이 두 어린이는 같은 마을에 사는 친척이었다. 그러나 이 두  어린이는 도무지 맞지 않았다. 생김새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하나는 키도 크고 등치도 컸다. 또 하나는 키가 작고 몸피도 가냘픈 편이었다. 그래서 두 어린이는큰 진숙이작은 진숙이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두 어린이는 성격적으로 도무지 맞지 않았다. 공부시간에도 툭하면 싸우는 것이었다. 언제나 작은 진숙이가 큰 진숙이를 일러바쳤다.

선생님, 큰 진숙이가 끔 씹고 있어요.”

선생님, 큰 진숙이가 공치기 하고 있어요.” 등등

그러면 큰 진숙이가 골이 잔뜩 나서 그 힘센(?) 주먹으로 작은 진숙이 머리에다 꿀밤을 한 대 주어버린다. 그러면 작은 진숙이가 또

선생님, 큰 진숙이가 내 머리에다 꿀밤을 줬어요.”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다가 어린이들의 주의가 온통 그리로 돌아가곤 해서 어린이들의 주의력이 산만하게 될 때가 여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어는 날 결단(決斷)을 내려 두 어린이를 변소 청소를 시켰다. 그랬더니 두 어린이가 다 울상이 되어서

변소 청소 못 하겠어요. 어떻게 해요?”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럴 만  것이 2 학년 때까지 이 어린이들은 교실 청소도 한 적이 없었다 한다. 6 학년 언니들이 해 주었고 청소는 이제 3 학년에 올라와서 배우는 터에 변소는 더더군다나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나는 시범으로 내가 도와주기로 작정하고 앞치마를 입고 마스크를 하고 수건을 쓰고 변소로 가보았다. 과연 어린이들이 울상이 될 만도 하였다. 요새처럼 수세식 변소가 아니니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다가 뒤편에는 커다란 똥 무더기까지 쌓여 있고 벽에는 거미줄이 얼기설기 먼지와 합창(合瘡)이 되어 붙어 있었다. 도 도망치고 싶은 상황(狀況)이었다. 나는 벽의 거미줄과 먼지를 쓸어내리고 바닥을 물로 깨끗이 씻었다. 두 진숙이에게 물을 길어오라고 하니 두 어린이는 선생님이 자기들을 도우는 것이 너무 기뻐서 어느 듯 아까의 울상은 다 가시고 기쁨에 넘치는 얼굴로 물통에 물을 기쁘게 둘이서 같이 길어 날랐다. 두 어린이는 도르래로 길어 올리는 두레박물을 같이 길어 올리고, 같이 물통을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둘이 협력하여 일하는 재미를 익히고 어느 듯 다정한 친구가 되어버렸다.


        청소가 다 끝나고 종례(終禮) 시간에 내가 모든 어린이들에게

우리 교실과 복도와 변소를 다 아름답게 꾸미고 싶지 않아요? 오늘 이렇게 교실도 복도(複道)도 변소도 깨끗하게 청소했는데 여기다 꽃을 꽂아놓으면 더 좋겠지요? 누구든지 집에 꽃병 만들 수 있는 큰 대나무가 있는 사람 있으면---” 하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러 어린이가 손을 들고선생님!” “선생님!” 하였다. 그 중에서도 큰 진숙이가 가장 열심히 자기가 해오겠다고 하였다

        이튿날 진숙이가 굵은 대나무를 꽃병으로 쓰기 좋게 잘라서 한 일 여덟 개 가지고 왔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작은 진숙이랑 다른 아이들은 들꽃을 꺾어 왔다. 나는 교실에 두 개 복도에 두 개 변소에 한 개 아름다운 들꽃이 꽃인 꽃병을 걸어두었다. 아이들은 기뻐서 참으로 좋아하였다. 전교생의 조회(朝會) 시간에 교감선생님이, “3학년 1학급의 교실과 변소는 학교 전체에서 제일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말씀으로 칭찬을 하셨을 때 어린이들의 기쁨은 컸다.

        언제나 숙제를 못해오는 한 어린이가 있었다. 참 착한 아이인데도……. 내가 불러서 물어보니 공책과 연필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어린이에게 공책과 연필을 사주고 매일 두어 시간씩 남아 있게 하여 밀린 공부를 하도록 하였다.


       5월의 어느 날, 보슬보슬 가랑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 날은 대청소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청소가 다 끝나고 어린이들이 다 돌아간 교실에 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종례시간에 내가 한 말을 되새겼다. “사람은 잘못을 저지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잘못을 회개하면 바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라고 얘기하였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들은 프랑스의 어떤 소년의 얘기를 하였다.

        그 소년은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자라났다. 도벽이 있었으나 그 도벽을 고치지 못하였다. 어떤 날 그 소년이 다시 잘못을 저질렀을 때 할머니는 난로 불에 화저(火箸)를 벌겋게 달구었다.

        “남의 것을 훔치는 손은 화저(火箸)로 지져야 한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어린 소년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마침내 할머니가 그 벌겋게 달구어진 화저를 꺼내셨다. 할머니는 그 화저(火箸)를 자기의 손바닥에 놓았다.

        “이 할미가 너를 잘못 길러서…….”

살 익는 냄새와 함께 소년은 할머니를 붙들고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 할머니, 다시는 안 그렇게 하겠어요.”

그리고 그 이후 소년의 도벽은 영영 없어졌다. 할머니의 사랑은 마침내 승리한 것이다.


        또 한 얘기를 해주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에 대한 얘기였다. 아버지가 애지중지 하시던 관상(觀賞)용 나무를 잘랐던 얘기……. 아버지가 노발다발하시며 범인을 찾았을 때 워싱턴은 정직하게 자기가 그랬다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그의 정직함을 기뻐하셔서 용서하셨다는 그 유명한 얘기를 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때가 있지만 뉘우치고 정직하게 고백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워싱턴 대통령도 정직하였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오늘 아침 아이들은 300원씩 학비를 내야 하였다. 아이들이 가져온 돈을 한 사람씩 받고 돈을 헤어보고 기록을 하고 틀림없이 했는데 총계를 맞춰보니 300원이 모자랐던 것이다. 그래서얘들아 지금 너희들이 낸 돈에서 300원이 모자라니 어디 발견하면 선생님에게 갖다 다오.” 하였다. 그런데 청소하는 중에 한 어린이가 돈 300원을 내게 가져왔다. 청소하다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비는 보슬보슬 이슬비로 내리는데 창밖을 내다보고 혼자 앉아 있으니 문을 살며시 여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돈을 주웠다고 갖다 주던 순남이였다. 나는 의외의 어린이인지라 내심(內心) 놀랐다. 왜냐하면 순남이는 모범생이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잘못했어요.” 하면서 순남이가 울먹이면서 하던 얘기가 이러하였다.

        아빠, 엄마한테 내일 아침에 학교에 300원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돈이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아침에 엄마가 부엌에서, “여보, 오늘 씨앗을 사야 되는데하니까 아빠가, 그래?” 하더니 조끼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어머니한테 주시더란다. 그래서 아빠가 세수하러 나가신 사이에 아까 아빠가 돈을 꺼내시던 조끼 주머니를 살펴보니까 돈이 들어 있기에 그중에서 백 원짜리 3장을 꺼냈다. 그리고 학교에 와서 선생님한테 바쳤다. 그러나 바치고 나자아빠가 300원 없어진 것을 아시면…”하고 번개같이 그 생각이 떠오르자 자기도 모르게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적고 있는 사이에 도로 300원을 집어서 제 자리로 돌아갔는데 선생님이 총계를 세어보시고 300원이 모자란다고 하시며 발견한 사람은 갖다 달라 하시니 더 견딜 수가 없어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나는 순남이를 데리고 나의 자취하는 방으로 가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고 지우산을 같이 받고 순남이네 집으로 걸어갔다. 좀 떨어져 있는 거리였으나 이야기하면서 걸어갔다. 아직 어린 순남이가 어제 저녁부터 혼자서 고민해온 일을 생각하니 애처로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순남이 집은 언덕진 곳에 있었다. 조그만 초가집이었다. 순남이 어머니는 아주 젊었다. 순남이는 맏딸이었고 아래로 남동생이 둘 있었다. 그 어머니와 앉아서 얘기를 해보니 참 딱한 사정이었다. 일본에서 살다가 해방이 되어 나왔는데 별 신통한 직업도 구할 수 없어 남편의 날품팔이로 살아가는데 그래서 아이에게 제 때에 학비도 잘 못 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제 앞으로 형편이 어려우실 때는 미리 제게 연락을 해주십시오. 그러면 길이 열릴 것입니다. 순남이는 좋은 아이입니다.”

        그 후로 순남이는 참으로 충성된 생활을 했다. 충심으로 모든 일에 자원하여 공부에나 학급 일에나 최선을 다하였다. 나는 좋은 제자를 얻었던 것이다.


        순기는 반에서 키도 크고 덩치도 믿음직하고 숙성한 신체와 정비례해서 생각도 깊었다. 공부도 잘하였고 통솔력도 있었다. 그래서 급장이 되었다. 좋은 학급을 만들어 보고자 모든 일에 열심이었다. 순기의 부모님은 다 대구에서 공장에 다니고 있고 순기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가서 나무도 해 와야 하고 집안 도 보살펴야 하였다. 그러나 그는 결코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1학기 말 성적을 내어보니 단연 첫째였다. 그러나 작년에 이 아이들이 2학년 때 담임이셨던 3학년 2반 선생님은 내게 충고를 해주었다.

        “호준이나 명수나 찬우, 이 셋 중에 한 아이에게 1등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성적대로 하겠습니다.”

        나는 정직하게 하기를 원했다. 호준이의 아버지는 사친회 이사장이었고 큰 과수원을 가지고 있었다. 교육도 많이 받은 분이었다. 명수의 아버지는 부면장이었다. 찬우의 아버지도 잘 사는 분이었다. 아이들도 다 좋은 아이들이었고 공부도 잘했다. 그러나 그 세 어린이보다 옛날에는 어떠했는지 몰라도 지금 현재는 순기가 더 잘하고 있으니 나는 정직하게 그대로 기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양심의 소리를 따랐다.


        어느 날의 체육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다 체육 시간이라고 기뻐서 운동장에 나왔을 때 호준이 어머니가 찾아왔다. 그녀는 명문 여고를 나온 분이었고 교양이 있는 분이었다. 그러나 늦게 얻은 아들 호준이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 그리고 호준이도 누가 보든지 귀여움을 받을 만큼 잘 생긴데다가 성품도 온후했다. 모든 행동을 자기 집에서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귀엽고 자연스러웠지만 아이들은 공부시간에도 선생님한테 말하기 위해 맨 앞줄까지 나오는 그의 행동이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생각하게도 할 것이었다.

        호준이 어머니는 찾아온 용건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상태와 현구가 우리 호준이를 둘이서 때렸으니 선생님이 벌을 주십시오.”

        나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녀는 좀 떨어진 곳에 앉아서 내가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고 아이들을 정렬시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선생님을 잘 보세요. 선생님이 오른손을 들었습니다.” 하면서 공중을 쳤다.

        “소리가 났습니까?”

        “아니오, 아무 소리도 안 들립니다.”

        여러분 이번에는 왼손을 들었습니다.“ 하면서 또 다세 세게 공종을 쳤다.

        “여러분, 무슨 소리가 들립니까?”

        “아니오, 아무 소리도 안 들립니다.”

        “이번에는 두 손을 들었습니다.” 하고 두 손을 마주쳤다.

        “소리가 났습니까?”

        “, 소리가 났습니다. 손뼉 소리가 났습니다.”     

        “싸움은 어떤 것입니까? 한 편 사람이 자꾸만 싸우려 할 때 다른 사람이 같이                  싸우려 하지 않으면 싸움이 되겠습니까?”      

        “아니오, 싸움이 안 됩니다.”

        “그러면 싸움은…….”

        “양편이 다 싸우고 싶어서 싸웠습니다.”

        “그러면 여기 호준이하고 상태, 현구가 싸웠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사과하고 서로 용서하고 사이좋게 지내면 됩니다.”

        “여러분의 판단이 맞았어요. 그러면 누가 먼저 사과를 할까?”

        “1 2로 싸웠으니까---“

        상태와 현구 쪽이 먼저요.”

친구들의 말대로 서로 손을 잡으며

        잘못 했다.”

        잘못 했다.”하고 서로 사과했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그들을 위해 박수를 보, 호준이 어머니도 그것으로 만족하셨는지 집으로 돌아가셨다.

 

                         6. 페스타롯지 같은 교사가 되고 싶었다.

 

     내가 남천 초등학교에서 맡게 된 반은 3 학년 1 , 즉 적령 아동 반이었고 2 반은 연령 초과 반이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어린이들이 읽기 실력이 부족했고 먼 거리를 걸어와야 하는 가난한 농가의 자녀들이 많아서 어떤 어린이들은 연필 하나, 지우게 하나도 사기가 곤란한 집 형편이었다. 읽기와 쓰기를 잘 못하고 더하기 빼기도 잘 못하는 어린이들을 남겨서 한 시간 쯤 더 지도하다 보니 어린이들 가정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손등이 터서 피가 날 정도가 된 어린이들, 연필과 지우개가 없는 어린이들에게 연필과 지우개를 사주고 손이 튼 어린이들의 손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푹 불은 후에 씻어서 바셀린을 발라 주고 공부에 관심을 가지도록 어린이들의 마음을 격려하여 주었다.


      어린이들이 처음에는 거의가 다 일기를 쓸 줄 모른다 하였으나 자꾸만 쓰도록 격려하며 일기 쓰기를 지도하였더니 취미가 붙는 어린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어린이들이 자기 학급을 사랑하고 서로의 유대 관계가 친밀하게 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 교실 바닥의 때를 지운 후에 노르스름한 치자색으로 반들거리게 치자와 들기름으로 단장을 했다. 어린이들은 열심히 일했다.

     칠판 밖에 아무 것도 없던 우리 반 벽에, 칠판 오른 편에는 우리나라 지도를, 왼편에는학급의 노래를 붙였다. 곡은 음악책에 있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곡을 그대로 옮겼고 가사는 내가 새로 지은 것이었는데 3 학년 1 반 어린이들은 그 학급의 노래를 힘차게 부르며 열심히 공부했다. 학급의 노래를 매일 불렀다.

      좌우편 벽에는 음악, 산수, 기타 과목의 꼭 암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붙였다. 그리고 뒷벽에는 어린이들의 작품을 붙였다. 기상 관찰 기록과 3 학년 1 반 어린이들이 가꾸는 화단의 나무나 꽃들이 자라는 것도 기록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교실과 복도의 기둥마다 표어들을 붓글씨로 써서 붙였다.


우리 반 어린이들 거의가 다 띄어 쓰지 않고 그냥 범벅으로 쓰고 있었으며 읽기도 어디서 쉬어야 하는지, 마침표에도 쉼표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형편이었다. 읽기와 쓰기가 기본이므로 힘써 지도하였더니 어린이들의 쓰기(띄어쓰기, 바르게 쓰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읽기는 국어 시간마다 큰 소리로 낭독하며 따라 읽기를 열 번 이상 시켰으므로 읽기도 현저하게 달라졌다.

     우리 반에서 거의 매일 의견 충돌이 생겨 다투던 두 어린이 큰 진숙이와 작은 진숙이가 평화롭게 되고 가장 말썽꾸러기로 지목되어 있던 상태도 열심히 공부하며 선생님 말씀에 순종하며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려야지 하고 결심한 듯 보였다.


      이제는 교실과 복도에 꽃이 꽂혀 있었고 화장실에도 꽃이 꽂혀 있었다. 조회 시간에 교감선생님이 운동장의 단상에 올라가셔서 전교에서 제일 깨끗한 화장실이 3 학년 1 반 화장실이라고 발표하셨다. 그래서 우리 반 어린이들은 무척 기뻐했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내 마음과 정성을 다 쏟아 부었다. 나는 Pestalozzi 같은 교육자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학생들에게 매일 일기를 쓰도록 말하였다. 그리고 그 일기를 어떻게 쓰는지를 지도하였다. 그러므로  그들의 글짓기가 향상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읽기와 산수를 못하는 학생들은 방과 후에 특별 지도를 하였다. 국어 시간에는 큰 소리로 따라 읽기를 여러 번 하여 읽기가 향상 되도록 하였다.

 

        방학이었는데 일직이어서 집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이제 막 초등학교 5 학년이 된 아들이 먼 길을(인적이 드문 길)을 걸어서 엄마를 찾아왔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요.” 하였다.

이조시대는 국도였다고 하나 지금은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길이었다. 신작로(新作路)가 생겨서 그리로 차들이 다니고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으면---’ 하고 가슴이 뭉클하였다. 1 주일간 같이 지났다.


        아들이 와서 나는 기쁘게 부엌에서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이제 저녁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 아들은 안집에 놀러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 안집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저씨(아들)가 다 대환영을 하고 또 숙직실에서 잠을 자고 진량에 가족이 있는 3 학년 2 반 선생님과 집이 경산인데 통근을 하시는 선생님이 숙직이라서 와서 계셔서 다 안집에서 식사를 하는 모양이.

무흠아, 식사 시간이여요. 오세요.” 하고 내가 불렀더니

.” 하는 대답 소리가 났다. 그러나

고만  여기서 먹어라.” 하고 붙드는 소리가 나고 여러 사람이 붙드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선생님도 잡수시게 건너오세요.” 하고 할머니가 불렀다.

결국 무흠이는 안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혼자서 저녁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책을 보고 있는데

우리 방에 놀러 가세요.”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큰 일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이 뜰아랫방으로 두 분 남자 선생님과 아들이 건너 올 것 같았다. 나는 가정 방문을 갔을 때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전임(前任) 여선생님은 바로 내가 세 들어 있는 방의 전() 주인이기도 했다 하였다. 늘 남자 선생님들과 어우러져 무관하게 지냈다고 한다. 여선생님 방에도 놀러오고 했다고 한다. 활발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로 말미암아 이 학교에 못 있게 되었다고 한다.

시골에선 별로 화젯거리가 없으니까 얼마나 얘기가 잘 번져 나갔을까? 그리고 얼마나 부풀면서 번져 나갔을까? 특히 나는 바로 15리 거리에 나의 시댁 마을이 있는 것이다. 남자 선생님이 내 방에 들어왔다는 그 말 한 마디로 해서 어떤 화제로 번져날지--- 순간적으로 나는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을 나가면서 나는 얼른 이부자리를 깔았다. 이부자리를 깐 방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른 사립문 밖으로 살짝 빠져나와 교장 사택으로 갔다. 내가 사립문 밖에서 담을 끼고 돌 때 내 방으로 오는 소리가 들리고 방문 여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이크!” 하는 남자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두 선생님 의 한 분의 목소리였으리라.


교장 선생님과 사모님은 반가이 맞이해 주셨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두 남선생님과 아들이 왔다.

        어떻게나 무흠이가 숭굴숭굴 얘기를 잘하는지 모두 탄복을 하며 듣는 것이었다.

박 선생님은 대통령도 부럽겠습니다.”라고 최 선생님이 말하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런 아드님을 두셨는데 무엇이 부러울 것이 있겠습니까?” 경산  군내에서학생을 가르치려면 최 홍규 선생님같이.” 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유명한 선생님한테서 그런 말을 듣고 보니 기쁘기도 하였다. 교장 선생님도 사모님도 무흠이를 사랑하시 즐거운 대화 시간을 보냈다.


 어느 듯 봄 방학이 끝나고 또 공부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박 선생님, 군내의 전 초등학교의 학예발표회가 해마다 있어서 각 학교가 나갑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 번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금년에는 우리 학교도 한 번 나가보도록 준비해 보세요. 이왕 나갈 바에는 당당히 입상할 수 있도록 잘해 보세요. 이왕이면 연극을 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박 선생님께서 각본을 하나 써 보시지요?” 

        ‘통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2 6 장의 각본을 썼다. 노래와 무용은 촉탁으로 있는 처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나 자신은 연출을 직접 맡아서 지휘하고 지도하여야만 했다. 매일 수업이 끝나면 연극 연습을 해야 하였다. 학예발표회는 5 5, 어린이날을 기해서 경산 극장에서 하는 경산 군내의 해마다의 큰 행사였다.

        많은 어린이들을 동원한 연극 연습이 교사를 사랑하는 순진한 어린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잘 이루어졌다. 그런데 의상이 문제였다. 거의가 다 가난한 어린이들인지라 의상을 준비하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왕복 40 리 가까운 길을 걸어서 의상을 구해 와야 했고 당일(當日)로 급히 갔다 와야만 했다. 돌아올 때는 유난히 목이 마르고 피곤하여 나는 힘드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 나의 거처까지 돌아왔다. 학예발표회 날까지 의지(意志)의 힘으로 견디어 나갔다. 그 일은 임 정애 선생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나 모든 것이 잘 이루어졌다.


        학예발표회에 뒤이어 1 학기 말 전교생 학급 대항 실력 시험이 있었다. 그 일을 위하여 나는 심혈을 기울여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여러 가지로 무리가 겹쳐서 나의 건강은 또 나빠지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폐가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의사는 휴직을 권고했다. 휴직원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요양하고 있는 동안 학교에서 소사가 심부름을 왔다.

박 선생님, 예술상을 받았답니다. 1 등으로 입상했다는 거지요. 나무 기뻐서 축하회를 가진답니다. 교장 선생님과 모든 선생님들이 박 선생님께서 꼭 오셔야 하다고들 하십니다. 그래서 모시러 왔습니다.”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다. 그러나 나는 갈 수 없었다. 강권하는 권청년의 말을 뿌리치기가 심히 어려웠으나 갈 수 없었다. 나는 눈을 감고 열심히 연극 연습하던 사랑스러운 그 어린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그려보았다. 잊을 수 없는 그 얼굴들! 지도한 교사가 잘 한 것이 아니라 순진하여 열심히 연습하던 그 어린이들의 순종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되었다.

아아! 다시 한 번 그 귀여운 어린이들과 연극 연습을 하고 싶구나.’

나는 교사인 나를 신임하 따르던 어린이들을 두고 떠나온 것이 두고두고 마음이 아팠다. 특히 내가 가르치던 3 학년 어린이들이 더 보고 싶었다.

        우악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한없이 단순하고 순진하던 큰 진숙, 뽀족한 것 같으면서도 상냥한 작은 진숙이, 버릇 없는 것 같으면서도 어린아이같이 순진하던 호준, 불같이 맹렬하면서도 충성스럽던 상태,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어린이가 없었다. 그런 어린이들을 실망시키고 떠나온 것이 한없이 괴로운 일이었다

(그영광의 빛 속으로 제 3부 "6.25 동란, 고난의 세월, 가난 속에 핀 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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